
아시메르 포포프(ashimerpopov)- 쓰레기 수거
‘니 아부지 뭐하시노.’
하고, 누군가 그에게 부모가 누구인지를 묻는다면 율리안 민츠는 양 웬리라고 답할 것이다. 트래버스 법으로 결연된 양자이기 때문에 민츠라는 성을 가졌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분명 그런 말을 내뱉을 때 주변 사람들은, 예를 들어 카젤느는 분명, 양 웬리와 너를 비교한다면 네가 훨씬 낫다고 말해줄 테다. 그러나 율리안 민츠는 쑥스러워 할 것이다. “옆에 서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라고 중얼거리면서.
어떻게 보면 율리안 민츠가 유명해진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는 한 평생 가족관계에서 양 웬리의 이름을 지우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서도 입 밖으로 꺼낼 때마다 쑥스러움을 가득 담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양 웬리의 이름을 처음부터 담지 않아도 그가 양 웬리의 양자임을 온 세상 사람들이 주지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반면, 그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그에게 몇 가지 기억날 만한 것을 남기지 않았다. 기껏해야 홍차를 끓이는 방법 정도일까. 아마 율리안 민츠의 기억 속 생물학적 아버지, 민츠 대위란, 사실 그의 기억보다 흐릿한 형체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상상한 것에 더 가까웠다. 민츠 대위의 또렷한 표정과 목소리는 사실 재구성된 것이지 않을까.
프레데리카 그린힐은 자신의 어머니를 추억하는 데에 그 정확한 기억력을 이용했다. 그래서 어머니와 있었던 일을 곧잘 말하곤 한다. 아버지와 함께한 좋은 추억을 세간에 함부로 공개하지 못할 때부터 그랬다. 그러나 그는 완전에 가까운 기억력을 부러워하진 않는다. 생물학적 아버지는 기억할 만한 자료도 시간도 부족했다. 사람이 죽고 살아가는 것이 빠른 세계에서 영원은 없고, 사람은 더 추억할 만하지 못했다. 하물며 오랜 기간 지낸 사람도 아니어서야. 민츠라는 푯말을 단 집은 조모 사망 이후 빠르게 법원으로 매각되었고 이제는 허물렸다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다. 마치 200년 전에 우리가 사는 집터 위로 어떤 사람들이 걸어다녔을지를 상상하는 것과 유사하다. 원형으로부터 너무나 멀어지고 오래된 일은 중요성을 잃는다. 그리고 관찰자에게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특히 그렇다.
그래서 율리안 민츠는, 민츠 대위를 빌미로 하여서 접근해 온 어떤 남자를 돌려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별 가치가 없다고 말이다. 만남은 오랫동안 일정하게 유지해 온 루틴을 파괴하는 행위였다. 그러니까,
“만나지 않을래.”
“정말 그래도 되니?”
카테로제 폰 크로이처는 그렇게나 아버지를 싫어하면서도 발터 폰 쇤코프가 죽을 때 울었다. 겉으로 수치스러워 하는 사실이지만 정말 그렇다. 그러나 그녀가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깨닫고 극적으로 쇤코프로 성씨를 바꾸지는 않았다. 율리안 민츠가 민츠라는 성씨를 유지하는 것도 그녀와 같다. 그는 양 웬리를 ‘남들이 아버지를 여기듯이’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감히 율리안 양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충분히 법적인 것이다. 프레데리카만이 소유할 수 있는.
트래버스 법은 자동적으로 20살이 되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서류 상 관계가 해제된다. 그것은 서류상에 흔적으로 남아있다. 이혼이나 파양 같이. 그리고 공개를 원치 않으면 감출 수도 있다. 그러나 율리안 민츠는 그럴 수 없었다.
어쨌건 거절당한 한 남자는 볼을 긁적였다. 오랜 절차를 밟아 문 앞에 섰고, 머나먼 여행에서 돌아왔다. 예상한 것이련만. 역시 이렇게 되니 입맛이 썼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주석님께서 만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
비서는 연락을 받고 쩔쩔매면서 말했다. 그도 이런 작업에 익숙하게 되도록 교육받았지만,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서는 자세히 캐묻진 않았지만 그가 보기에 10년 전 사형선고를 받은 군사조직의 낡은 군복을 깨끗하게 다려입은 것은 얼마나 깊은 사정이 있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자유행성동맹의 군복을 지금 와서 입는 사람이야, 뻔하지 않은가?
“…그런가요, 그러면 이것을 전해주고 싶은데 그것도 어렵겠습니까? 놓고 갈텐데, 위험한 것은 아니고 먼저 검문할 분들께 넘겨줘도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하신다면 제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율리안 민츠 주석께서 눈으로 꼭 확인하셨으면 하는 것들입니다. 별 것은 아닙니다. 음, 보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사진이랍니다.”
비서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남자가 가는 길을 배웅해주려고 했다. 남자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되었을 터였다.
비서는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급하게 율리안 민츠를 불렀다.
사진은 ……
그것은 이제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추억의 여행이었다.